BACK TO LIST
PREV NEXT
정연서 Jung, Yen Seo

‌메밀꽃 225x75cm Oil on canvas

‌‌달빛에 비친 메밀꽃을 황홀경으로 이끄는 정 연 서

글 김순옥

강원도에 뿌리내린 향토작가
‌오랜 세월동안 강원도에 뿌리 내리고 봉평 메밀꽃을 비롯한 강원도의 산하를 화폭에 담아 온 무이예술관 관장 정연서 화백을 만났‌다.
“이 곳 강원도는 제게 고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젊은 시절 전국을 다니며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늘 마음 한편 허전함이 숨어 있었습니다.
일생을 걸어 그리고 싶은 소재를 찾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죠.
그러한 예술적 방황을 해결해 준 곳이 바로 이 아름다운 메밀꽃밭 입니다.
봉평 메일꽃밭을 처음 본 순간 어릴 적부터 꿈꿔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평온한 마을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숙명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느낀 감동과 예전에 소설가 이효석이 느꼈을 그 감동을 ‌모두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그의 예술관과 화실 가득 펼쳐진 메밀꽃그림은 많은 세월의 공을 간직한 채 조용히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메밀꽃에 숨겨진 민초의 삶
정연서 화백이 본 메밀꽃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우리네 민초들 삶의 정경이다.


‘메밀꽃 필 무렵’에서 세 장돌뱅이간의 대화가 가난한 민초들 삶의 애환을 결코 궁상맞지 않고 멋들어지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교교한 달빛 아래 흐드러진 메밀 꽃밭이 세 장돌뱅이의 삶을 조명해 주는 풍성한 무대배경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


강원도 아리랑 곡조에 맞춰 어깨춤을 추며 메밀꽃밭을 거닐고 있을 민초들의 모습과 그들의 굴곡진 삶의 스토리가 그의 작품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운율과 이야기가 옹골차게 베어 달디단 풀 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영원한 회귀의 공간을 꿈꾸는 도시인들에게 오감을 충족시키며 소박하고 순박한 정서에 길들이게 한다.


청초한 꽃그림을 절정의 기량으로 묘사
언뜻 보면 똑같아 보이는 메밀꽃밭의 정경도 정연서 화백의 예리한 관찰력에 포착되면 ‘소박한 애정’ 이 되기도 하고 농염한 ‘유혹’ 이기도 하며 ‘행복’, ‘평온’, ‘기다림’이 된다.
이처럼 같은 소재가 다양한 이미지로 표출될 수 있는 것은 회화가 갖고 있는 몽상성에 기인한다.
몽상성은 작품 소재의 특성을 뛰어넘어 소재에 투영된 작가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이러한 꿈이 대상에 애정을 품고 평생을 동거할 수 있게 한다.
같은 소재라도 시간과 각도, 원근과 빛의 사용, 붓 터치의 기법에 따라 능숙한 실력으로 얼마든지 다른 느낌의 조형세계를 창출하고 있는 그는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구도로 자연을 감성 속에 여과 시켜 서정적 표현을 완성하였다.
그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까지 깨끗해져 초월적인 완전성을 추구하게 된다.
그것은 메밀꽃의 하얀색이 순수, 단순함, 희망, 청결, 소박, 청초, 진실 등의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